사진을 저장할 공간이 필요했다.

최근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는 취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폰카가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사진 자체는 어떻게 찍어도 개인적으로 만족감이 들 정도로 나와줬으나 사진이 한 장 한 장 쌓여갈수록 고민이 하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사진을 저장할 공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진 하나의 용량이 많게는 30mb가 넘기 때문에 온전히 휴대폰 내장 메모리에 저장해두기엔 무리가 있었고 PC에 저장해두자니 모바일에서 찍어둔 사진을 찾아볼 때 귀찮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NAS에 저장해두는 방법을 택했으나 NAS의 특성상 하드디스크 고장, 랜섬웨어 감염 등의 우려가 있어 이중 백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중 백업 장치로 고려했고 수많은 서비스 중 가장 메리트 있다고 느낀 것은 바로 '구글 포토' 서비스입니다. 타 클라우드 서비스에 비해 신뢰성도 있고 인터페이스 등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이젠 유료화 된 구글 포토

구글 포토의 경우 저 역시 처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2012년경부터 사용해오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앱이고 백업 설정만 하면 자동으로 사진이 업로드되고 저장됐기 때문에 상당히 손쉽게 사용해왔습니다. 물론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하는 일 없이 무료로 말입니다. 이는 구글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이용자들에게 고화질 사진의 저장용량을 무료로 무제한 제공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21년 6월 1일 부로 구글 포토의 무제한 고화질 저장용량 무료 제공이 종료되었다.

그러나 구글은 2021년 6월 1일 부로 구글 포토내의 무제한 고화질 저장용량 무료 제공 서비스를 종료하였습니다. 이는 아마도 과거와 달리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졌고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가 서버에 지장을 줄 정도가 되어 더 이상 무료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내려진 조치로 추정됩니다. 때문에 작년 6월 1일을 기점으로 구글 포토 이용자들은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15gb의 용량만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해당 용량을 모두 채우게 되면 기존 사진을 삭제하여 공간을 확보하거나 구글 원이라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구독하여 유료로 저장공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구글 원 서비스의 월 구독료

사실 구글 원의 구독 가격은 상당히 합리적인 편에 속합니다. 제공 용량에 따라 최소 월 2,400원부터 월 11,900원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연 단위로 결제하면 더욱 저렴해집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해당 서비스가 비싼 편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구글 픽셀은?

그러나 저의 소비성향은 구독 서비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구독 서비스가 대세가 된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독 서비스보다는 한 번 구매로 영구적인 사용 권한을 갖는 라이선스 형태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한 번 구매하면 추가적인 지출이 없고 완전한 자신의 소유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 원 구독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였고 이를 대신할 방법으로 '구글 픽셀'을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016년 출시한 구글의 레퍼런스 스마트폰 구글 픽셀1

구글 픽셀은 지난 2016년 구글이 출시한 레퍼런스 스마트폰 시리즈입니다. 기존의 넥서스 시리즈가 단종되고 '픽셀' 이라는 네이밍으로 출시되었으며 기존 넥서스 시리즈와의 차이점은 ODM 방식으로 출시되던 넥서스 시리즈와 달리 픽셀 시리즈는 구글이 직접 설계하며 가격 면에서 중급기로 여겨지던 넥서스 시리즈와 달리 플래그쉽 제품으로 여겨져 가격대가 꽤나 높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글에서는 픽셀 시리즈를 구매한 고객에게 '구글 포토'에 대한 이용 혜택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구글 계정 단위가 아닌, 각 기기마다 주어지는 혜택으로 최초 구매자가 아닌 2차 구매자 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혜택입니다.

2021년 출시된 최신 픽셀 시리즈 픽셀6

그렇다면 최신 기기인 픽셀6을 구매하여 사용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진 백업을 위한 구글 포토 혜택을 받기 위해선 최신 기기가 아닌, 최초의 픽셀 시리즈인 구글 픽셀 1 혹은 픽셀 1 XL을 구매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픽셀 1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픽셀 3a 시리즈 이후 '저장용량 절약화질(고화질)' 무제한 저장용량 제공
*원본 화질의 경우 15gb 용량에 포함
픽셀 3 '2022년 1월 31일까지' 원본 화질 무제한 저장용량 제공
추후 '저장용량 절약화질(고화질)'로 저장
픽셀 2 '2021년 1월 16일까지' 원본 화질 무제한 저장용량 제공
추후 '저장용량 절약화질(고화질)'로 저장
픽셀 1 '평생' '원본 화질'로 무제한 저장용량 제공

픽셀 1의 경우 가장 뛰어난 '원본 화질'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는 저장용량을 '평생' 제공하지만 이후 출시된 후속작들의 경우 원본 화질 저장의 기한이 정해져 있고 이후에는 원본 화질이 아닌 압축하여 용량을 줄인 '절약 화질(고화질)'로 자동 백업이 되도록 혜택이 축소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손실되지 않고 원본 그대로를 저장하기 위해선 2016년 출시된 픽셀 1을 이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픽셀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VS 구글 원)

픽셀의 이러한 혜택이 정말 뛰어나다고 보실 수도 있으나 명백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기 전 구글 원 구독 서비스와의 비교하여 본인에게 어떠한 것이 더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픽셀 구매의 단점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해보았습니다.

1. 가성비

우선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가성비입니다. 구글 픽셀1의 경우 출시한 지 6년이 돼가지만 구글 포토 혜택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어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에 속합니다. 오히려 후속작인 픽셀 2, 3보다도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기 상태에 따라 5만 원에서 비싸게는 20만 원 정도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니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닙니다. 반면 구글 원의 경우 저장용량 100gb를 제공하는 베이식의 1년 구독료가 24,000원 정도로 못해도 베이식 3년 구독료 이상 정도는 한 번에 지불하는 수준이니 가성비 측면에서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2. 기기의 노후화

픽셀 1의 경우 2016년 출시된 제품으로 햇수로 벌써 6년이 지난 제품입니다. 따라서 각 부품의 노후화 역시 무시 못할 사항입니다. 대부분의 중고 기기들은 배터리 상태가 상당히 안좋은 편에 속하며 탑재된 AP가 당시 화룡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발열로 악명 높았던 스냅드래곤 821이기 때문에 지속된 발열로 인해 냉납 증상이 나타나는 기기의 빈도도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로 인해 일부 기능 고장이 해외 사이트에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마이크, 와이파이 모듈 고장입니다. 마이크의 경우 기기를 실사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와이파이는 사진 업로드에 필수적인 환경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소지가 큽니다. 또한 발열로 인해 AP 냉납이 발생하여 아예 기기가 안 켜지는 현상도 쉽게 발견되는 편입니다. 또한 기기 구조상 분해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해 고장 시 DIY 부품 교체를 시도하다가 액정을 날려먹는 케이스가 잦은 편이니 되도록 기기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3. 직구

구글 픽셀의 경우 시리즈 출시 이후 단 한번도 한국 시장에 정발 한 적이 없는 제품입니다. 따라서 해당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선 아마존, 이베이, 알리 익스프레스, 타오바오 등 해외 사이트의 직구 방법에 대한 베이스가 필수적이며 기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기 상태가 복불복이 될 우려가 크고 이 경우 다시 해외로 반품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그냥 어떻게든 써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정발 되지 않은 제품의 특성상 국내 AS가 불가능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부품을 공수하여 자가 수리를 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분해 난이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제품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따라서 직구의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단점을 고려해도 메리트 있다.

다만 이러한 단점들을 고려하더라도 구글 픽셀 시리즈가 가지는 장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구독료 지출 없이 평생 원본 파일 무제한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픽셀로 촬영한 사진뿐만 아니라 픽셀을 통해 업로드되는 모든 사진에 무제한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여러 기기에서 촬영한 사진을 옮기고 업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구글 원은 한정된 용량을 제공하지만 구글 픽셀은 무제한 용량을 지원하기 때문에 보다 더 많은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다는 점 등 픽셀이 가지는 매력은 충분합니다. 저 역시 이에 메리트를 느껴 구매를 선택했고 현재까지 높은 만족감을 갖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픽셀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약간의 세팅이 필요한데 이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