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돌아온다.

3월 2일, 언론보도를 통해 오래전 사라졌던 추억의 메신저 '버디버디'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는 미니홈피로 유명했던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오기도 하였습니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추억 속에 잠들어 있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부활한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냐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포스팅에서는 싸이월드와 버디버디의 전성기부터 추락까지를 간략하게 돌아보고 싸이월드, 버디버디의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던 입장에서 부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때는 잘나갔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버디버디

과거 싸이월드와 버디버디는 지금의 20, 30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었고 압도적인 점유율로 최고의 자리에 있던 서비스입니다. 오늘날 SNS, 메신저 하면 떠오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처럼 당시 싸이월드와 버디버디는 가장 대중적인 서비스들이었습니다. 한 때 싸이월드의 가입자는 무려 약 3,200만 명에 달할 정도였는데 우리나라의 인구가 약 4,800만 명이었음을 생각해보면 단순 수치상으로 전 국민의 약 66% 이상이 싸이월드를 가입했던 셈이며 버디버디 역시 2008년 국내 메신저 점유율 56%를 달성할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당시의 10대, 20대 중에서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버디버디를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싸이월드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구들

또한 싸이월드와 버디버디의 문화적인 영향력도 상당했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친구 맺기 의미로 사용되었던 '일촌', 미니홈피를 꾸밀 때 사용하던 사이버머니를 의미하던 '도토리' 등의 단어는 고유명사화되어 TV 프로그램, 영화 등 다양한 곳에서 자주 등장했으며 요즘에도 종종 '싸이월드 감성'이라고 회자되는 다소 오글거리는 문구가 적힌 이미지들 또한 당시 싸이월드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버디버디에서 주로 상태 메시지를 적을 때 사용하였던 특수문자를 섞은 변형 한글은 기성세대에게 외계어 취급을 받으며 한 때 한글을 파괴한다는 등 사회문제로 거론되었던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2007년 도입했으나 크게 실패한 싸이월드 홈2와 문제가 많았던 버디버디 채팅방 서비스

물론 싸이월드, 버디버디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는 2007년 기존 미니홈피의 단점을 보완한 '싸이월드 홈 2'를 야심 차게 출시하였으나 이질감, 부족한 완성도로 인해 큰 실패를 겪었으며 추진하던 해외시장 진출 역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되었고 버디버디는 2004년 이후 채팅방 시스템을 이용한 성매매 등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사회문제로 거론되는 등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싸이월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고 마땅한 대항마가 나타나지도 않던 시점이었기에 싸이월드의 흥행은 줄곧 이어졌습니다. 버디버디 역시 논란과는 별개로 타 메신저 대비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러나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대는 급변하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통째로 바꿔놓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PC로 했어야만 했던 일들을 이젠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손쉽게 어디서나 손 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소비시장 역시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그중에서도 SNS, 메신저 시장은 제대로 직격탄을 맞게 되었는데 모바일을 중심으로 개발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나갔고 반대로 PC를 중심으로 개발, 운영되어온 싸이월드, 버디버디는 엄청난 속도로 기존의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싸이월드-페이스북 순방문자수 추이 비교

이러한 급변하는 상황에 싸이월드와 버디버디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고 그럴수록 이용자의 이탈은 가속화되었습니다. 결국 2012년을 기점으로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게 점유율 1위를 내어주게 되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아예 지원하지 않았던 버디버디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카카오톡은 물론 뒤늦게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트온에게 조차 점유율을 내어주며 사실상 사장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2012년 5월 25일, 버디버디는 12년의 역사를 뒤로 한채 서비스를 종료를 선언하게 됩니다.

버디버디 서비스종료 안내 공지사항

남아있던 싸이월드의 상황 역시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주력 이용자였던 20대는 페이스북으로 넘어간 상황이었으며 10대 이용자는 카카오톡에서 시작한 카카오 스토리가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뒤늦게서야 위기감을 느낀 싸이월드는 구시대에 머물러있던 미니홈피 시스템 개편, 트위터에 대응하기 위한 C로그 서비스 개시 등 여러 방법을 강구하였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얻지 못하였고 대다수의 이용자가 이탈한 2015년 10월에는 미니홈피 시스템을 폐지하고 싸이 홈이라는 신규 서비스로 통합하는 초강수를 두었으나 오히려 한참 부족한 완성도와 기존의 장점이 모두 없어진 최악의 개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나마 남아있던 이용자마저 떠나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싸이홈

이후에도 재기를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이미 한번 잃어버린 점유율은 회복할 수 없었고 영업적자가 쌓여가면서 임금체불 논란이 발생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2019년부터는 접속 불가 현상이 발생하고 일부 영상, 사진 자료가 유실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2020년에는 서버비까지 미납되었다는 뉴스와 싸이월드가 폐업신고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등 사실상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붉어져 과거 자신의 미니홈피에 업로드되었던 사진, 영상 등의 자료를 백업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부활을 선언하다.

싸이월드 부활을 알리는 뉴스

2012년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던 버디버디, 곧 서비스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싸이월드였지만 뜻 밖에 소식이 들려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소식을 전해온 것은 싸이월드였습니다. 2021년 2월, 싸이월드는 합작 컨소시엄 싸이월드 Z가 10억 원에 인수를 결정하였으며 정상화 작업을 거친 후 5월 중으로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임을 알렸으며 기존의 모든 이용자 데이터를 유지한 채 PC버전과 더불어 모바일 3.0 버전을 출시하고 기존의 사이버머니 '도토리'의 경우 이더리움 기반의 새로운 가상화폐로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부활을 선언한 것입니다.

3월 2일, 9년만에 다시 접속이 가능해진 버디버디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 부활 소식

그리고 한 달 여가 지난 2021년 3월, 버디버디 역시 마찬가지로 부활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는 2012년 5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 뒤 약 9년 만의 일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반갑긴 한데...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한 달만에 연달아 들려온 싸이월드와 버디버디의 부활 소식은 당시의 추억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저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많은 추억들이 되살아 날 것만 같은 설레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당시 10대, 20대를 보내셨던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가운 감정과는 별개로 "과연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더 크게 듭니다. 과거 잘 나가던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이유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 모바일 앱 사용자 순위 (출처:아이지에이윅스)

한 때 1위였던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순식간에 무너진 이유는 '트렌드'를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급속도로 모바일 시장으로 개편이 되고 있었음에도 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고 그 사이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들이 순식간에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면서 점유율을 높여갔습니다. 이로 인해 입은 타격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시장에서 선점의 효과는 실로 대단합니다. 단편적인 예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은 이후 수많은 후발주자들의 도전을 받았음에도 2021년 현재도 여전히 공고히 1위를 수성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규모도 훨씬 거대해져 대기업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반면 카카오톡에게 도전했던 후발주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의 고초를 겪었습니다.

SNS가 성공하기 위해선 이용자 확보가 필연적이다.

특히나 SNS와 메신저 분야는 이러한 선점효과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기본적으로 혼자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특성상 대중성이 있고 어느 정도의 이용자 수가 보장되어야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이용하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1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큰 공백이 있었던 구 시대의 SNS, 메신저가 이 격차를 극복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큽니다.

많은 추억을 남긴 싸이월드

물론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현 20대, 30대가 향수를 갖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메리트입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머금고 있으면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과거의 이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상당한 이점입니다. 버디버디의 경우 알려진 것이 없어 과거 이용자 데이터를 보관 중인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싸이월드는 한 때 무려 3,2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했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보관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정말 큰 이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SNS, 클럽하우스

트렌드의 변화가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점도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사이에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최근에는 클럽하우스로 유행이 옮겨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용자의 선호를 빠르게 파악하고 트렌드를 선도한다면 기회가 상당히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장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과연 정상의 자리부터 끝없는 추락까지 모두 맛보았던 추억의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고 다시 화려한 부활에 성공할지, 아니면 우려대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 그 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