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기, 무선 키보드가 필요했다.

재작년 구입한 커세어 저소음적축 키보드와 VDbox를 이용하여 오랜시간 큰 불만없이 알차게 사용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 청소를 하던 중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선을 보면서 문득 키보드와 마우스를 무선으로 바꾸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찾아보니 최근 몇 년간 무선키보드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선택지는 많았지만 꽤나 긴 시간 동안 VDbox를 써본 결과 블루투스 무선은 특유의 딜레이와 키 씹힘으로 인해 게임에 사용하기엔 불편함이 있었고 블루투스 대비 나은 성능을 보이는 RF 2.4Ghz 무선 키보드를 구매하기로 결심했습니다.

Archon K77 VS IKBC W200 고민 끝에...

그러나 텐키리스 RF 2.4Ghz 무선 키보드로 범위를 줄이자 선택지는 매우 좁아졌습니다. 기껏해야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제품만이 있었는데 로지텍 G913 TKL, 듀가드(드루갓) 퓨전, IKBC W200 그리고 오늘 소개 할 Archon K77이 전부였습니다. 이 중에서 로지텍 G913 TKL의 경우 27만원이라는 사악한 가격대와 독자적인 스위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고려대상이 아니었고 듀가드 퓨전의 경우 디자인적인 요소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남은 선택지는 IKBC W200과 Archon K77뿐이었습니다.

G마켓을 통해 구매한 K77

IKBC W200의 경우 과거부터 이러한 키보드를 원하던 유저들이 직구를 많이 한 덕분에 꽤나 많은 리뷰들을 찾아 볼 수 있었고 작년에 정발되어 구하기도 편해졌습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11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어 메리트가 있었습니다. 반면 Archon K77의 경우 올해 1월 출시한 제품이라 알려진 정보가 많이 없었고 가격대가 14만원 정도로 더 비쌌기 때문에 구매가 망설여졌는데 그러나 마침 G마켓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할인행사를 하고있어 쿠폰을 사용하니 29,800원이 할인 된 가격 119,200원에 구매할 수 있게되어 망설임 없이 구매를 결정하였습니다. 참고로 이 가격은 초기출시 행사가와 거의 비슷한 가격입니다.

개봉기, 첫 인상은 나쁘지 않다.

이중포장 된 겉 박스

배송은 설 연휴 직전에 시켰음에도 빠르게 배송이 와서 설 전에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완충처리가 된 제품박스

겉 박스를 뜯자 뽁뽁이로 완충처리가 된 제품박스가 있습니다.

archon K77 로고가 쓰여진 제품박스

박스의 외관은 특별할 것 없이 키보드 모델명이 적혀있는 모습입니다.

구매옵션이 체크되어 있는 제품박스 측면

박스 측면에는 구매한 제품에 따라 옵션이 체크되어 있습니다. 저는 화이트 색상, 영문키캡, 저소음적축을 선택했습니다.

제품박스 개봉

박스를 열자 구성품이 보입니다. K77 본체는 불투명한 보호비닐이 씌워져있습니다.

동봉된 부속품

부가구성품으로는 RF 2.4Ghz 리시버, 키캡리무버, USB C to A 케이블, AAA건전지,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더스트 커버가 씌워진 K77 본체

또한 미사용시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막아주는 플라스틱 더스트 커버가 기본제공됩니다.

더스트 커버를 벗긴 K77 본체

더스트커버를 걷어내면 키보드의 본 모습이 보입니다.

K77 후면

제품 후면부입니다. 건전지 홀더, ON/OFF 스위치, 이중 높낮이 조절 다리, 미끄럼방지 패드가 있습니다.

AAA 사이즈를 사용하는 건전지 홀더

건전지는 AAA 사이즈 2개를 사용합니다. 저 같은 경우 번들 알카라인 건전지가 아닌 별도로 구매한 리튬이온 건전지를 장착하였습니다.

이중으로 구성된 높낮이 조절다리

높낮이 조절다리는 긴 다리와 짧은 다리 이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원 ON/OFF 스위치

전원 ON/OFF 스위치는 모양새가 약간 부실해보입니다.

케이블 연결을 위한 USB TYPE C 포트

케이블 연결 포트는 보다 범용성이 높은 USB C 타입 포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RF 2.4Ghz용 리시버

RF 2.4Ghz 수신기 또한 특별한 점 없이 무난합니다.

키스킨을 씌운 모습

대부분 기계식 키보드에는 키스킨을 사용하지 않으실 것 같지만 저 같은 경우 먼지청소가 귀찮아 키스킨을 사용하였습니다. 아콘에서 공식적으로 출시한 전용 키스킨은 없지만 레오폴드 FC750R PD전용 키스킨이 완벽히 호환됩니다.

간략한 키보드 스펙

항목 스펙
제품명 Archon K77
제원 1,027g / 362.7 x 137.4 x 41.6mm
색상 블랙 / 화이트
배열 87키 텐키리스
스위치 정방향 체리 MX 저소음 적축 / 적축 / 갈축
키캡 체리 프로파일, PBT 이중사출
동시입력 무한 동시입력
케이블 탈부착 USB Type C
무선 RF 2.4Ghz / 블루투스 5.0 최대 4기기 멀티페어링
폴링레이트 유선, RF 2.4Ghz 1,000Hz / 블루투스 5.0 125Hz
정발가격 저소음적축(149,000원) / 적, 갈축(139,000원)

해당 스펙은 제품 상세정보퀘이사존 리뷰를 참고로 작성하였습니다.

설치시 유의해야 할 점

USB 2.0 허브에 장착된 리시버

설치시 유의해야 할 점으로는 사용환경에 공유기가 설치되어 있으면 RF 2.4Ghz 리시버와 간섭을 일으킬 확률이 있으니 USB 연장 케이블, 혹은 USB 허브를 사용하여 키보드와 가까운 위치에 리시버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USB 3.0 포트를 사용할 경우에도 간섭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USB 2.0 포트에 설치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일주일 간 사용 후 만족하는 부분들

기본기를 갖춘 키보드

K77을 사용하면서 만족하는 점 중 하나는 키보드로써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것 입니다. 물론 비슷한 가격대의 유선키보드에 비하면 기본기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선택지가 좁은 RF 2.4Ghz 무선키보드 중에서는 기본기가 상당히 탄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RF 2.4Ghz 키보드 중 대표적인 선택지인 IKBC W200와 비교해본다면 아래와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항목 IKBC W200 Archon K77
가격 (국내정발기준) 100,700원 149,000원
유무선 지원 무선 (RF 2.4Ghz) 유무선 (유선 + RF 2.4Ghz + 블루투스)
동시입력 6키 동시입력 무한 동시입력
스위치 배열 역방향 정방향
흡음재 여부 X O

먼저 IKBC W200의 경우 RF 2.4Ghz 연결만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K77은 유무선 연결을 모두 지원하고 추가적으로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높습니다. 동시입력의 경우 IKBC W200이 6키 동시입력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K77은 무한동시입력을 지원하여 리듬게임 등 동시입력이 많은 환경에 더욱 적합합니다. 스위치 배열도 차이가 있는데 IKBC W200은 역방향 배열, K77은 정방향 배열을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사용환경에서 크게 영향을 주는 부분은 아니지만 역방향 배열의 경우 키캡 간섭으로 인해 키캡 선택이 한정적인 단점이 있어 일반적으로 정방향 배열이 더 선호됩니다. 또한 K77의 경우 키보드 내부에 기본적인 흡음재가 설치되어 통울림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RF 2.4Ghz 무선 성능

약 500~600타 정도의 타이핑에도 키 씹힘, 딜레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RF 2.4Ghz 무선 성능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줄곧 RF 2.4Ghz로만 사용해왔는데 일반적인 문서작업, 포스팅 작성 등의 환경에서는 물론 게임을 할 때도 키 씹힘, 딜레이 등의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기존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의 경우 특히 게임을 할 때 키 씹힘, 딜레이 현상이 느껴져 게이밍에는 부적합하다고 느꼈으나 RF 2.4Ghz 방식의 무선 연결은 적어도 제가 사용하는 환경에서 만큼은 유선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블루투스 멀티페어링

K77 사용설명서, 총 4개의 블루투스 멀티페어링을 지원한다.

RF 2.4Ghz 외에도 블루투스를 이용하여 최대 4대의 기기까지 멀티페어링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큰 장점입니다. PC 외에도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사용한다면 별도의 키보드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K77은 최대 4대의 기기까지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하나의 키보드로 여러 디바이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기기간 전환속도 또한 2~3초 정도로 상당히 빠른 편이기 때문에 기기간 전환시 불편함은 거의 없었습니다.

건전지

AAA 건전지를 사용하는 K77

K77을 선택한 큰 이유 중 하나는 리튬이온 내장배터리가 아닌 건전지 방식을 사용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외관상으로는 내장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깔끔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특성상 충, 방전이 반복되다 보면 필연적으로 배터리 러닝타임 감소 등 성능하락이 발생하며 추가적으로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 발생한 아이폰, 배터리가 부풀어 액정까지 들뜨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경우 보증기간 내라면 제조사를 통해 A/S를 받을 수 있지만 보증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유상수리를 받거나 배터리를 구매하여 자가수리를 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면 건전지 방식은 수명이 다하면 건전지를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지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는 리튬이온 내장배터리보다 건전지의 지속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제조사 사용설명서에 따르면 1200mAh의 리튬이온 내장배터리를 사용하는 듀가드 퓨전의 경우 최대 40일간 사용할 수 있지만 AAA 건전지 2개를 사용하는 K77의 경우 약 3개월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사용환경에 따라 길거나 짧을 수 있습니다.

일주일 간 사용 후 아쉬운 부분들

아쉬운 마감

다른 각인에 비해 유독 굵은 K 각인, "K-키보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바로 디테일한 마감처리입니다. 새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포장을 뜯었을 때 키보드 곳곳에 작은 이물질이 묻어 있었고 하우징의 마감상태 역시 가격대에 걸맞다고 보기엔 어려웠습니다. 키캡의 경우 PBT 이중사출 재질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사출 마감상태가 썩 좋지 못했고 왠지 모르게 K키가 다른 키에 비해 유독 각인이 굵고 진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RF 2.4Ghz 리시버 수납공간 부재

키보드 어디에도 리시버 수납공간이 없다.

K77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RF 2.4Ghz 연결을 지원한다는 것이지만 왠지 모르게 리시버를 수납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RF 2.4Ghz를 지원하는 로지텍 G913 TKL의 경우 제품 하단부, IKBC W200의 경우 건전지 홀더 내부, 듀가드 퓨전의 경우 로고 부분에 별도의 리시버 수납공간이 존재하는데 K77은 어느 곳에도 리시버를 수납할 공간이 없습니다.

듀가드 퓨전, 로고부분을 분리하면 리시버 수납공간이 나온다.

물론 한 장소에서만 사용할 경우 별 문제는 없으나 키보드를 자주 옮기는 환경이라면 리시버 분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RF 2.4Ghz 리시버의 경우 블루투스 동글과는 다르게 기기와 짝이 정해져있어 분실하게 될 경우 제조사를 통해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무선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리시버 수납공간이 없다는 것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쉽지는 않지만 추가되었으면 하는 부분들

AAA 건전지

K77의 경우 AAA 사이즈의 건전지를 사용하며 사용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약 3개월의 사용시간을 보장합니다. 이 정도 역시 충분한 수준이지만 보다 큰 용량을 가진 AA 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하여 사용시간을 더 늘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우징 후면부를 살펴보면 공간 여백이 꽤 있고 별도의 리시버 수납공간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AA 사이즈 건전지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이는 단지 저의 생각일뿐 설계시 구조적 한계 등으로 인해 AAA 사이즈 건전지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핫스왑 기판

K77은 갈축, 적축, 저소음적축 3가지 모델로만 출시되어 스위치 선택지가 넓지 않습니다. 후속 제품에서는 핫스왑 PCB 기판을 사용하여 스위치 교환이 가능하게 한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총평, 전반적으로 만족감이 높은 키보드

Archon K77을 일주일 간 사용하면서 가장 만족감이 높은 것은 위에서 두 말할 것 없이 RF 2.4Ghz 무선 기능이었고 블루투스 멀티페어링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스마트폰, 태블릿PC에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무선기능 외에도 키보드 자체에 대한 만족감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통울림은 어느정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흡음재가 내장되어 있어 기존 사용하던 커세어 키보드에 비하면 훨씬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물론 앞서 서술했듯 마감상태라던지, 리시버 수납공간이라던지 하는 아쉬운 점들 또한 분명한 키보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운 점들이 있음에도 '건전지 방식을 사용하는 RF 2.4Ghz 무선키보드' 라는 제한된 선택지를 고려했을 때 전반적으로 만족감이 높았던 키보드임에는 분명합니다. 추후 아쉬운 부분들이 개선되어 후속모델이 나온다면 재구매하게 될 것 같습니다.